2009년 8월 9일 일요일

대림도인(大林道人) - 제 4관 「함흥지한(咸興之漢)」 (2)

깜부기불 같은 정신력으로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학교(아마 양화중이었나 그랬을 것이다.)건물 뒷편이었다. 그 자식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살며시 내다봤더니, 그 자식들이 운동장 벤칫가에서 또 누구 한 명 걸려들기를 노리고 있던 것이었다. 내 몸 상태가 걸레였건 돈을 얼마나 뺐겼건 아무래도 좋지 않았다. 어쨌든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게 급선무. 반사적으로 주머니를 뒤져 보니, 다행히 핸드폰이 뺏겨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주위를 돌아볼 틈도 없이 바로 손가락을 움직여 언니 번호로 통화를 시도했다. 그런데 이 야속한 사람은 두 번씩이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어디 뭐 다른 사람도 아니고 동생 전환데 한 번만 받아 주면 안 되나. 세 번째까지 받지 않으면 정말 답이 없다는 생각으로 한 번 더 통화 버튼을 눌렀다. 뚜-우, 뚜-우……. 또 부재자 메시지가 나오겠거니 할 찰나에 언니의 소리가 들려온다.

"여보세요? 얘도 참, 너 일하고 있는데 멋대로 통화하면 곤란하잖니, 안 그래?"

아 맞다, 아직 내 상황을 모르고 있지. 나는 잠시 언니한테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까 몰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여보세요? 제연아? 지금 듣고 있는 거니? 제연아!"

언니가 걱정에 차기 시작했나보다. 일단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디…야?"

"아, 들리니? 집이야. 왜? 무슨 일 있어?"

"…도와줘, 집에 가다가 깡패들한테 당했어."

"뭐라고!?"

언니의 목소리가 다급해지고 톤이 올라갔다.

"다시 한 번 말해봐."

"깡패들한테……얻어맞았어."

"전화기는 안 뺏긴거니? 괜찮아? 지금 어딘데?"

난 내가 엎어져 있는 곳이 어딘지 몰라 잠시 주위를 둘러 보고 살며시 말해줬다.

"정확히는 잘 모르겠는데……. 학교 같애. 문래역 앞."

"문래역 앞이라고? 무슨 학교인지는 모르겠고?"

"응."

잠시 후 수신부가 고요해지더니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았어. 언니가 갈테니 일단 그 자리에서 아무한테나 도와달라고 해……."

언니의 목소리가 끊어지는 동시에 신발 밑창이 내 귀로 날아왔다. 나는 거기서 몇 바퀴를 굴렀다.

"뭐야, 지금?"

아까 그 세 남자 중 키가 중간쯤 되는 놈의 말이었다. 그리고서는 얼굴을 좀 채인 것 같다. 조금만 더 늦게 보지 하는 야속하단 생각과 함께 다람 언니가 빨리 왔으면 하는 생각이 겹쳐 머릿속이 꼬이기 시작했다. 그 자식들은 그 직후 끊임없이 나를 갈구면서 신나게 다시 팼고, 나는 언니가 집에서 나와 도와주기만을 기다려야만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빨리 나타나지 않는 언니를 기다리자니 2분이 이틀 같았고, 나는 3분만 지나면 아랫도리에 힘이 빠지며 축축한 느낌이 올라올 것 같은 사람처럼 몸부림을 쳐야 했다. 후우,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그러던 와중에 멀리서 들려오는 엔진 소리, 이윽고 어디선가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20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다. 비로소 언니가 와 준 것이다.

"뭐야, 너희들!"

언니는 어디서 잡았는지 모를 택시에서 내리고는 어깨에 걸친 도포 웃옷을 벗어던지고 달려왔다. 그리고는 그 반동으로 세 놈들 중 한 놈의 아가리에다 죽빵. 맞은 놈은 곧바로 고꾸라졌다.

"…뭐, 뭐셔?"

나머지 두 명은 갑툭튀한 언니의 공격에 당황해하고 있었다. 곧이어 대강 봐도 언니보다 머리 하나는 더 달린 꺽다리 하나가 언니의 머리를 짓눌러버리려고 손을 치켜올린다. 그랬더니 그 손보다 빠른 속도로 자세를 낮추는 언니, 재빠르게 한 손을 땅에 짚고 팽이돌기를 하는 게 아닌가.

"우악!"

두 자식은 그대로 허공에 붕 뜨는가 싶더니 곧바로 고꾸라진다. 그리고 언니를 향해 달려온 한 명. 그러나 언니는 스포츠 댄스를 추듯 그 자식의 양손을 잡더니 오른손을 축으로, 왼손을 지렛대로 해서 그 자식의 육신을 화투장 넘기듯 뒤집어 엎어버린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1:3의 싸움은 과연 세 사람이 하나를 상대하는 게 맞는지, 그리고 남자가 여자를 상대하는 게 맞는지 자꾸만 내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그렇게 신비로운 광경이 계속되고 있던 와중에 셋 중 한 명이 뒤에서 몰래 언니의 양 팔을 올렸다.

"어어?"

언니는 잠시 홍어를 처음 먹어본 사람의 표정처럼 씁쓸한 미소를 짓더니, 가볍게 뒤로 다리 하나를 끼워넣어주는 게 아닌가. 결국 언니 뒤에서 팔에 깍지를 껴 준 놈은 언니의 매트리스가 돼줘야 했다. 그리고는 그 매트리스의 한가운데보다 좀 아래쪽쯤 되는 곳을 손으로 받치고 힘차게 기상을 하는 것이 아닌가.

"아아아아아아아아-아ㅇㅏㅎ!"

그 매트리스는 고간을 부여잡으며 어쩔 줄 몰라했다. 아무래도 더 이상 언니와 맞붙을 기세가 없었던 모양.

"자, 다음!"

뒤돌아서서 남은 두 명한테 외치는 언니, 그런데 둘 중 어깨가 좁은 놈이 어디서 가지고 왔는지 길다란 각목을 들고 언니에게 돌진해 온다.

"이예야아아아압!"

그리고는 언니를 향해 각목으로 찌르는 어깨 좁은 놈. 그러나 언니는 몸을 뒤로 살짝 빼면서 각목 몸통을 쥔다. 어에 당황하는 상대가 각목을 도로 당기자 그 틈에 뒤돌면서 각목을 부러트리는 언니, 그리고 싸움은 돌연 봉술 시합이 되어버렸다. 언니의 선제 공격으로 시작된 봉술 시합은 언니의 일방적인 대쉬에 가까웠다. 상대는 꼼짝없이 언니가 휘두르는 각목 조각을 방어만 하다가 갑작스레 손을 각목에 빗맞는다.

"아! ……음?"

기회를 틈타 각목을 머리에 내려치는 언니. 상대는 그대로 고꾸라져 버렸다. 남은 건 떡대 넓은 놈 한 명…인데, 앞 두 명보다 조금 버거워 보였다. 과연 남은 한 명은 언니에게 손을 무섭게 휘두른다. 언니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어지간한 여자들이 울음을 터뜨릴 수준 이상이었다고 해야 설명이 되려나? 그러나 잠시 후 찬스를 잡는 언니, 떡대가 싸대기를 날리려고 팔을 뒤로 제끼자 떡대의 팔목을 잡고 스포츠 댄스를 추는 듯 하다가 로켓처럼 몸을 튕겨 떡대를 쓰러뜨린다. 떡대는 너무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성난 황소처럼 언니에게 달려든다. 이에 언니가 그냥 당할쏘냐. 떡대가 음속으로 죽빵을 날리려 하자 언니는 광속으로 정권이라는 댓글을 달아 준다. 가슴팍을 먼저 맞고 뒤로 밀려난 떡대. 그런데 이걸로 끝이 아니다. 언니는 그 떡대에게 격게에서 볼 수 있던 난무 필살기 같은 것을 시전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언니는 무대 위를 날아다니는 나비의 춤을 추는 것과 같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고, 떡대는 꿀 찾으러 벌집 건드리다 벌에게 야단을 맞는 곰처럼 손발을 전혀 쓰지 못하고 있었다. 슬슬 정신이 들기 시작했지만, 내 눈만은 여전히 넋을 놓은 듯했다. 아. 언니 앞에는 나댈 건달이 없겠구나. 마침내 언니는 그 화려한 춤을 멈추고 지면에서 뛰어오른 뒤 3단 차기로 내 고민(?)해결을 마무리. 곧이어 언니는 나한테 조용히 걸어와 내 머리 위에 손을 얹더니, 쓰러진 못난이 3형제(?)에게 이렇게 말한다.

"한 번만 더 남의 동생 건드리면 그 때는 부적 갖고 나온다!"

그리고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나한테 말을 걸려는 언니.

"…얘야! 괜찮니?"

헌데 입을 더 열려던 순간 뒤에서 쓰러져 있던 그 떡대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언니를 향해 도로 앞으로 엎어진다.

"?"

그리고는 엎어진 시체(?)한테서 나오는, 갈라지는 숨소리. 잠시 후 그 떡대가 고개를 들더니, 어딘가를 심하게 다쳐 흐느끼는 두 살배기 아이처럼 언니를 보고 서럽게 울기 시작한다.

"흐…흐흑, 저희…좀…도와 주시라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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